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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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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3일 화요일

보호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피부병에 걸렸다는 터키쉬앙고라와 네 사진을 보고
어찌 지내는지 궁금해 찾은 보호소에서 너를 만났어.

2008년 5월 17일 토요일
다시 찾은 보호소에는 터키쉬 앙고라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고 너만 철장 안에 있었지.
부비적 부비적 하는 네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단다.
처음 보호소를 찾았을때 네가 식욕이 없다해서 걱정했는데 내가 데리러 간 그 날.
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기뻤어.
집에 와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동장에서 나오자마자 무릎에서 골골송을 불러주는 네가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보호소에서 임시로 붙여준 '용순'이라는 이름대신 나는 네게 '수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사실 이 이름은 내가 전부터 생각해둔 이름이었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라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고 네게 '수박'이라는 이름을 주었어.

2008년 5월 23일 금요일

네가 밥을 먹지 않고 자꾸 어두운 곳으로만 들어가 웅크리더니 토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병원에 가서 탈수 방지를 위한 수액을 맞았지.
거기서 희곰이를 만났단다. 네가 나으면 예방접종 후에 함께 데려가 살겠다고 약속하고 왔단다.
집에 아무도 없는 동안 네가 외로운 것 같아서 친구를 만들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집에 와서도 내내 기운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단다.

2008년 5월 24일 토요일
밤새 토하고 어두운 곳에 숨고를 반복하다 너는 기운 없이 축 늘어졌어.
병원에 급히가서 검사를 시작했어.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없어서 피검사를 했더니 염증수치가 너무 높아 나오지 않고
백혈구 수치는 정상보다 약간 높은 정도였고 열은 없었어.
파보 키트로 검사하니 양성반응이 나왔을때...
머리가 멍해졌단다.
말로만 듣던 범백에 네가 감염되다니...
그래도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열도 높은 편이 아니니까
기운 차리면 잘 이겨낼 수 있을거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나을 수 있을거라고, 기운내자고 스스로 다짐했어.
그래야 너도 힘을 낼 수 있을거라고.

2008년 5월 27일 화요일

너는 내게 온지 꼭 열흘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구나.
모두들 보호소 안 철장 속에서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 보살핌이 무엇인지 모르고 떠날 수도 있는 거였다면서 너무 슬퍼말라고 하더구나.
그래도 눈물이 나는 걸 어쩔 수가 없었어.
더 많이 예뻐해주지 못하고,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슬펐어.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어.

2008년 5월 29일 목요일
너를 가까운 산에 묻어주고 왔단다.
나무들이 지켜봐주는 - 멀찌감치 산책로를 드나드는 사람 소리가 나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사람 곁에 있기를 좋아하는 네가 외롭지 않도록.


오빠도 나도, 아직 네가 살아있는 것만 같아.
어디선가 냐아냐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이제 슬퍼하지 않는단다.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지켜봐주렴. 네가 있어 만나게 된 희곰이와 잘 지낼게.
그거 아니?
수박이 너로 인해서 오빠를 비롯한 집안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거-

고마워 수박아. 내가 네게 준 것보다 너에게서 내가 받은 것이 훨씬 많은 것 같아.
내게 와주어서 고마워.
다음 생에 태어나면 꼭 내게 다시 와줘. 그땐 더 많이 사랑해줄게.

이제 더이상 아프지 말고, 먼저 간 아이들과 함께 편히 지내려므나.
사랑해 수박아 -



지금도 궁금해.
너는 내게 와서 행복했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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