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내가 전적으로 드러나길 원하지 않는다. 어찌어찌하다보니 내가 너무 많이, 내보여지는 기분이 들어 예-전에(꽤 오랫동안) 쓰던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었다. 텀블러 계정도 마찬가지인데 처음엔 기본블로그에 무언가를 썼었지만 지금은 보조블로그를 이용할 뿐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 나는 어느만큼 보여주고 싶은걸까?
내가 블로그놀이에 뜸, 해진 것도 있지만 뭔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요즘은 되려 온라인상의 소통이 줄어든 느낌. 뭔가 아이러니한게, 이렇다할 원인은 모르겠는데 소셜미디어가 활발해질수록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대화 없는 대화가 사람을 더욱 외롭게 한다. 제주바다 ⓒ 오월의미르
새벽, 잠이 오지 않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고등학교 동창의 미니홈피에 들어가게 되었다. 고2 때 같은 반이었던 그 아이의 사진첩에는 내가 갈망하던 나라의 폴더가 몇개씩이나 있었다. 내 몸의 열기를 주체못해 무더운 여름을 끔찍히 싫어하는 내가 어째서 뜨겁고 메마른 그 곳들을 꿈꾸었던 걸까? 남이 가진 -내가 가지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해서 부러워한다거나 시기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 생각해왔는데 그 아이의 사진첩들을 보는 순간 질투하고 마는 나를 보았다. 너는 대체 무엇을 그리 타고났길래 라는 치졸한 생각을 하고만 것이다.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또 있을까. 오래 전부터 '세계를 무대로' 사는 사람이 되고싶었는데 그걸 위해 난 뭘 했을까.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었을까. 그저 막연히 외국이라는 것에 대한 동경..
사랑은 희생하는 것이라고. 희생하는 것조차 기쁘다면 다행일테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그 희생이 부당하다 여기게 된다면 그것은 과연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요즘은 도통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요즘 종종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에게 있어 부당하다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는 많은 것을 꿈꾸고 있었는데 지금은 연(緣)에 얽매여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포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문득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그저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1 블로그 발견 마음이 포근해지고 눈이 호강하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늘 눈팅만 하는 이웃블로그에 구경갔다가 우연히 알게된 그곳. 냉큼 이웃추가를 해두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예쁜 집들이 가득해서 보고있자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2 주인아줌마의 '방생' 이야기 나더러 무슨 경이 어떻고 종교가 어떻고 말씀하시더니 부득이하게 '고양이인지 개인지'를 내보내게 되면 꼭 깊은 산에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며 '방생'해주란다. '방생'의 의미를 잘못 아는 게 아닌가 하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오빠한테는 '고양이인지 개인지'를 불우이웃한테 주거나(인지 불우이웃 돕는 사람한테 줘서인지는 헷갈리지만) 방생해야 한다는 이야길 했더란다. 나한테는 이야기 안했다면서. 그 말에 오빠는 희곰이는 ..
얼마 전 한 인터넷 카페에서 군대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관한 고민상담글을 올린 사람이 있었다. 누가 보아도 그 남자는 양다리에, 글쓴 여자분을 이용해먹는 것처럼 보였고 이미 맘이 없는 상대를 끝까지 붙들고자 하는 자신에 지쳐간다며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나는 "힘든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며 몇 줄의 짧은 댓글을 남겼다. 그 글을 보면서 문득 내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남의 사랑에는 딱 잘라 말할 수 있으면서도 내 사랑에는 그렇지 못한게 사람이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은 뜬금없이 눈물이 나고 힘이 든다. 내 것이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세상의 상식이라는 잣대로 재면 당연히 말도 안되는 상황이고, 그만 두어야 맞는 건데...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머릿 속에서 뱅뱅 도는 말들..
관심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다 사랑을 주세요 사랑해 라고 소리내어 말하면 그 사랑이 흩어질까봐 두려워했던 날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작고 나약해 산산히 부서질 것이 두려웠다. 내 마음이 조각나 버릴 것이 무서웠다. 사랑해 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날아가 버리는 것도 아닌데 난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을까. 내 사랑과 그의 사랑이 다른 것일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은 같든, 다르든, 사랑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인데 그래도 그것이 그리도 불안했나보다. 사랑해 라고 소리내어 말해본다. 사랑해 라고. 보고싶다 - 라고 소리내어 말하지 못함에 가슴아파 눈물이 나는 나는, 이제야 사랑해 라고 말해본다. 보고싶다 라는 말은 언제쯤, 마음껏 할 수 있는 걸까? ... -..
몸이 피곤한 건지 더위에 짜증이 난 건지 모르겠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반가웠다. 그렇지만 대화를 이어갈수록 순간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왜일까.. 내가 변했을까, 친구가 변한걸까. 어느 순간 오고가는 대화 속에 무언가 어긋남을 느꼈다. 함께 지냈던 과거와 마주함이 아닌 현재, 혹은 미래를 이야기 하다보면 너와 내가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대하는 부풀었던 마음이 바람빠진 풍선마냥 시들해져버려서 1분 1초가 지루해져버렸다. 늘 한결같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길 바랬다.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어제 늦게 잤더니 피곤했나보다. 사무실에서 10분만 잔다는 것이..
스트레스에 시달려 잇달아 사망한 미국의 인기블로거들에 관한 기사를 보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블로그를 하다보면 심리적 부담감이 느껴질 때가 있긴하다. 띄엄띄엄 포스팅하고 방문자도 그리 많지 않은 나도 그러는데 인지도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더하겠지? "24시간 끊임없이 초스팅을 하고 다른 블로그 글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에 짓눌리면서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부분에서 어째서 그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느긋하게 생각해도 좋을텐데.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고자 만든 공간에서 어느새 '견해를 보여주기'를 강요당하는 공간이 되어버린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부담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이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