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로그

내가 가진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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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가지고 살아도 좋겠다. 하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욕심이란게 늘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무언갈 손에 넣으면 자꾸만 더 가지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인가. 섣불리 시작,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놈의 첫째병이 나를 더 현실과 마주보는 사람으로 만들었달까. 어릴 적부터 나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는 아이였다. 이걸 나는 첫째병이라고 부른다.

내가 첫째니까, 내가 큰 딸이니까, 나에겐 동생이 있으니까. 라는 그 나이 답지 않은 족쇄로 스스로를 묶어놓았다. 때론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나는 어째서 첫째로 태어난 걸까 하는 시답잖은 한탄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세상의, 아니 적어도 대한민국의 많은 첫째들이 나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첫째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진로를 결정하는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고등학교를 택할 때 조차도 사립이 아닌 공립을 선택한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라고. 그것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몫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그런 내가 더 싫었다. 안해도 될 걱정을 사서하는 내가. 그게 어쩔 수 없는 천성이라면 그 걱정하는 나를 싫어하지 말아야 했다. 나는 왜 첫째인거야? 하는 불평을 갖는 순간, 내가 하는 짓이 바보같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거였으니까.

나는 그런, 내가 가진 모순들이 싫었다.
인간관계에 있어 가식적인 사람들을 싫어하면서도 가끔 내가 하는 말들이 진심인지 가식인지 나 조차도 모르겠을 때가 그랬고.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인간에게 관대하지 못한. 착하지 못한 성격임을 잘 알면서 착한아이 코스프레를 하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응원하지 않으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배신하는 거 아닐까. 하는.

나는 빤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고 하면서 사실은 진부하고 빤-하다.
내가 가진 모순들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갖고 있지 않아서, 내가 나를 잘 알고 있어서, 혹은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자만해서 나를 제한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



공감과 애정 한 스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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