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로그

타인에게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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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줄을 배꼽까지 내려뜨린 할아버지가 옆자리의 진주 목걸이를 한 할머니에게 나이를 묻는다. 예순둘이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감탄한다. 좋은나이요. 나는 예순일곱인데 내가 당신 나이라면 못할 게 없을거요.  -113p

+
누군가가 떠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우울해진다. 영국 룸메이트가 나를 위로했다. 왜 미국으로 가지 않았니? 우리 영국인은 그렇게 친절하고 다정한 편이 못 돼.

하지만 다정함에 주린 사람은 어디를 가든 외롭다. 
-119p

+ 내 머리카락에서도 당신 냄새가 나. 
-122p

+ 사랑한다, 사랑한다, 혼자 수없이 뱉아놓고도 끝내 마음에 들지 않는 기분이 드는 것이 바로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도정된 곡식알처럼 매끄럽게 삼켜지지만 순간의 진실일 뿐입니다. 
-126p

+ 살아가는 것은, 진지한 일이다. 비록 모양틀 안에서 똑같은 얼음으로 얼려진다 해도 그렇다, 살아가는 것은 엄숙한 일이다. 
-184p


처음 접하는 은희경의 단편.
제목이 좋았다.
'나는 이토록 제목에 연연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뭐 아무래도 좋다. 마음에 들면 그만 아닌가?

나는 예순일곱인데 내가 당신 나이라면 못할 게 없을거요.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왠지모를 반가움과 함께
마음 속에서 무언가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반가움은 어느 좋은분의 페이퍼에서 보았던 그 구절이라서였을지도 모른다.(소근) -

<타인에게 말걸기>의 모든 그녀는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있다.
그녀의 삶은 행복하고, 때론 불행하기도 하며, 때론 외롭다.
모두들 다른 삶을 살고있지만, 언제나 사랑이라는 존재가 함께한다.

삶이란 '나'와 타인을 떼놓을 수 없고, 그들 사이에 사랑이란 존재도 포함되어있는 것.
결국 살아가는 것은 노력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아직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알면서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모르면서 아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나와 내 삶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한다고해서 내가 타인이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삶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타인에게 말걸기 | 은희경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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