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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바람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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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빌린 책은 신성한 것이다. 그 책을 펼치는 것조차 이미 신성 모독처럼 느껴진다. 빌린 책을 가방에 넣고 방금 우체국에서 우편환을 찾은 기숙사 학생처럼 잔뜩 긴장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분실이나 절도는 자연재해보다 훨씬 심각한 불명예가 될 것이다.

2) 빌린 책은 대기중인 책들 가운데 묵혀두지 말고 단숨에 원샷으로 읽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겉표지를 싸줘야 한다. 새가 알을 품듯 품어야 한다.

그 책을 찾기 위해서라면 파리에서 정반대편에 있는 카페에라도 단숨에 달려갈 것이다. 혹시라도 책등에 금이라도 갈까 두려워 그 책은 한껏 펼치지도 못한다.

3) 그럼 왜 아예 새 책을 사지 않는 거지? 좋은 책이라면서? 나는 그 책을 가지고 있다가 한 번 더 읽고 싶다. 게다가 나는 그 책을 새로 살 것이다. 하지만 새로 구입한 책은, 아직 펼쳐보지도 않았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그 책은 아주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 빌리기


푹 빠져있는 소설을 마저 읽지 못하게 방해해보라. 아무리 순한 사람이라도 야만인으로 돌변하고 말 것이다. 스스로 책을 놓지 않는 한, 독자는 잠재적으로 아주 위험한 사람이다.

- 사고


하지만 누가 나에게 "최근에 읽은 것 중에 뭐가 좋았어?" 라고 질문을 하면 무슨 조화인지 나는 완전한 건망증 속을 헤매게 된다. 그렇다,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 입소문


책과 바람난 여자.
이 얼마나 재미있는 제목인가!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때, '언제든 꼭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공감가는 부분도 많은 책이었다.

도서관의 책들을 창녀로 표현하는 데에선 도저히 참을 수 없었지만 아니 프랑수와의 책사랑은 거짓이 아니기에 한번쯤 눈감아 주기로 하고 다시 책에 빠져들었다.

<빌리기>에서는 꼭 내 이야기 같았다.
사실, 이 책도 '빌린 책'이기에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빌린 책을 단숨에 읽기는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는 것.
어떤책은 정말 단숨에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책을 손에 들면 천천히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내게 있어 단숨에 원샷으로 읽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책을 놓지 않는 한 독자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사람이다. 라는 부분에서는
그 어느곳의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어떤 면에 있어 아니 프랑수와는 조금 무섭기도 하다.
본디 한가지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은 무서운 법이다.
깊이 빠져 있는 그 대상이 가끔은 세상의 전부가 되기도 해서
앞뒤가리지않고 달려들기도 하니까.

책읽기는 굉장히 좋아하는 일이지만,
가끔 잠의열차를 자주 놓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지난 번엔 밤새 책읽고 학교에 갔더니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잤다;


책을 읽는다는 것
,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음을
새삼 느낀 책이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다른 좋은 책들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어서 더 좋았달까'-'
방학이 되면 책과 바람난 여자를 읽으면서 새겨둔 책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책과 바람난 여자 / 아니 프랑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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