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로그

일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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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하게 굴지 마. 뭐든지 그런 식으로 중간에 포기해 버리면 못써."
"포기라니, 그게 무슨 뜻이예요?"
"조금 전까지 한 다바타의 살아온 얘기, 전부가 그렇잖아."
"아니, 그거야......"
"다바타, 결국 모든 일을 중간에서 놔 버린 건 바로 자기 자신이야."
"아, 아니에요. 중간에 채인 건 바로 나라고요."
"채였다고 해서 그게 완전히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틀린 거지. 남자와 여자는 말이야, 채이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시작되는 법이라고."
- p.25 일요일의 운세

노천온천에서의 밤을 계기로 뭔가가 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애인이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가 된다는데도 아무런 마음의 변화가 없는 것이 신기했고,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다른 뭔가가 변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점점 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누군가를 싫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 p.61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는 청년의 뒷모습을 노리코는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지금부터는 십 년 동안 산 아파트의 열쇠를 부동산에 갖다 주고 십오 년을 산 이 도시를 뒤로 한다.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노리코는 생각한다.
그래,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 p.213 일요일들


수많은 일요일들 속에 살아왔고, 살고있는 우리들.
이 책은 그 많은 일요일들 중 누군가의 일요일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엄마를 찾아 도쿄에 온 큐슈의 어린 형제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노리코의 일요일들에서 형제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서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형제가 원했던 바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분명 그들은 행복했으리라.

퍼레이드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이야기는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모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하나의 이야기이고, 하나의 이야기인가 싶어서 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이다.

그래,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 답답하고 불편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다.
모든게 나빴던 것은 아니니까, 좋았던 기억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앞으로
우리에겐 또 어떤 일요일들이 펼쳐질까?
두려워 하지 말자.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우린 잘 해낼 수 있을테니까.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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