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로그

하늘이 보이는 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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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업을 하면서 얻은 것은
내가 세상을 견디고 수용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느낌,
그 따뜻함이었다.  -처음

누군가 첫발을 내딛었을 때 길은 열린다.
들판이나 모래밭이나 걷는 이가 있을 때 길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걸으면 어디든지 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7p

발자국은 인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발자국에는 '영원'한 존재로서의 순수보다는
한계적 존재의 '지금'이라는 현실적인 무게가 담겨 있다.  -31p

누구의 가슴에나 하나쯤은 놓여 있을 징검다리.
그 돌을 하나하나 짚어가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36p

오늘도 우리가 매다는 이야기들은 간절하다.
몸은 붙들려 늘 그 자리에 있을 뿐이지만, 그 펄럭이는 몸짓은 자꾸만 하늘을 차고 오른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59p

외로운 건 용기가 없어서야.  -72p

그랬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잘 견디는 것이었다.
하기 싫은 일도 잘 해내고 자신없는 일도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거였다.
울음도 그리움도 참아내는 거였다.  -84p

철이 든다는 것은 또 하나. 조그만 일에도 눈물겨워지는 것.  -90p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서서 머무르는 일이었다.
머물러 그 모든 것들과 마주치는 일이었다.
만나 부딪치며 그 존재에 공감하는 일이었다.
공감하면서 감사하는 일이었다.  -123p

그래서 살아 있음은 미완성이다. 살아 있는 것은 끝없이 미련을 가진다는 것.
우리는 늘 떠나면서도 다시 돌아서고, 늘 기다린 후에도 다시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미련을, 미련이 많은 땅을 나는 사랑한다.  -138p

정직한 시 한 줄과
그리운 사람 두어 명만 가슴에 있다면
어디라도 걸을 수 있으리라.
착한 이 한 사람쯤 저만치 기다린다면
세상은 너무 눈부신 곳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책가방 속에 카메라를 챙겨넣고
길에 선다.  -마지막



나는 사진집이나, 사진 에세이를 좋아한다.
보는 것만으로 무언가 차오르는 느낌의 사진과,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은 정말이지 가끔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하늘이 보이는 쪽창' 을 읽는 내내 온통 마음에 드는 글귀들 뿐이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영혼과의 만남이 아닐까?
사진은 영혼과, 세상과 조금 더 친근해지려고 한 걸음 발을 내닫는 것이다.

외로운 건 용기가 없어서라니,
그만한 답이 또 있을까?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없어서 스스로 외로웠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저런 생각에 문득 우울해졌다.

사진과 카메라에 많은 애착을 가지는 나로서는 이 책이 너무 좋았다.


 하늘이 보이는 쪽창 / 김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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