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로그

열풍변주곡을 느끼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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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풍변주곡을 느끼고 온 지 한참이 되었는데 이제야 포스팅을 하네요.
두 번째 다녀온 열풍변주곡은 역시나 컸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작품들도 있어서 참 어려웠어요.

그럼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으로라도 열풍변주곡을 살짜쿵 느껴보시겠어요?


열풍변주곡을 느껴보자! 싶어 친구들과 찾은 비엔날레 전시관.
회가 거듭할수록 더 좋아지는 비엔날레 전시를 보니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랄까.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하면 더 쉬웠겠지만 그건 귀로 듣고 이해하는 것이지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무작정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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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감촉이라는 작품은 작가가 한땀한땀 수를 놓은 것이었는데, 두 번째 관람하러 간 날은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때가 타서 꼬질꼬질.
기억의 '감촉'이라는 이름때문이었을까?
다들 만지작 만지작, 문질문질.

그 작품이 그렇게 만지고 감촉을 느끼라고 있는 작품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너무 만지작 대니 원래 저렇게 문질러대라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가의 어머니가 30년동안 모은 살림살이를 비롯한 많은 것들을 한데 모아놓은 전시.
버릴 것들도 모아놓으면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거라던데..
병뚜껑부터 비닐봉지, 쇼핑백, 가방, 인형 등 세월의 흔적이 물씬 느껴지는 많은 것들이 주욱 늘어놓아져있었는데 아마 이 전시가 가장 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당나귀 인형에는 (분명히 써두었는데 어디로 사라져버려서 중략;;) 시에라씨입니다.
이 분은 불법체류자이시며 이러한 연기를 대행해주는 조건으로 시간당 5000원, 하루 8시간을 일하게 됩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잠시 고용된 이 외국인 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 분의 성공적인 연기를 위해 만지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삼가해 주십시오.

바닥에 쓰여진 글귀는 사람들의 눈을 현혹했다.
나는 한참동안을 고심하며 들여다보았으나 한치의 미동도 느낄 수 없었다.
'에이~ 사람 없는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 도슨트가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
대중매체에 현혹되어 진실을 왜곡하여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실제로 사람이 들어있지 않은데도 바닥에 적혀있는 글귀에 의해 인형 안에 사람이 있다고 믿고, 자세히 보니 움직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듣고보니 참 재미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글에 속았을까?

벽에 쓰여진 영문은 더 재미있었다.
저게 무슨 말이야? 하다가 읽어보니 "부시야 잘먹고 잘살아라."
하마터면 하하하 하고 웃어버릴뻔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영어랄까?

이번 비엔날레 전시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라는 책이 생각났다.
어렸을 적 책을 볼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동화라는 게 참 이기적이다.
왜 항상 공주는 아름다워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며, 마녀는 못생기고 늙고 추하며 공주처럼 예뻐지고 싶어 안달을 하는가? 그런 배경을 만드는 이는 누구이고, 어째서 아름답지 않으면 악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니 어쩐지 더 섬뜩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사진 작품도 굉장히 많았는데, 시간이 바빠 천천히 들여다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이번 비엔날레는 꽤 재미있었다.

하루에 다 보는 것은 심신이 지친다.
아무래도 다음 비엔날레부터는 시즌권을 끊어야겠다.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한번 전시 관람을 다 하고나면 체력이 딸려 노곤해지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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