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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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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El Laberinto Del Fauno, 2006)

감독 :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  이바나 바쿠에로, 더그 존스, 세르지 로페르
개봉 : 2006년 11월 30일
장르 : 판타지, 드라마



묘하게 다른, 하지만 같은

예고편을 보고 첫 눈에 반했더랬다.
짙은 우울함을 띈 색감과 어딘지 모를 신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판의 미로에서 요정의 세계는 우리가 지금껏 알았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요정의 모습은 아름답고 귀여운 사람의 형태가 아닌 기묘하게 생긴 벌레이고, 더불어 판이라는 녀석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나무를 형상화한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요정세계에서 왔다기보다는 섬뜩한 괴물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영화관람 전에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에서 볼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들을 상상했었다.
그렇지만 영화 속 요소들은 어쩐지 그 두 영화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손바닥에 눈이 있는 괴물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등골이 서늘해질만큼 무섭기도 했다. 어디에든 문을 만들어 주는 분필과, 과제를 알려주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책, 건강한 아기를 위한 아기와 닮은 허브까지.


환상인가? 현실인가?

영화를 보는 동안 오필리아는 분명 지하세계 요정왕국의 기억을 잃은 공주님이었다.
그렇지만 영화의 마지막부분에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오필리아가 겪은 일들은 현실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그것은 현실일까?
아니면 계부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에 의한 환상일까?

오필리아가 죽는 순간, 오필리아는 요정왕국에서 엄마와, 동생과, 아버지, 그리고 많은 요정들과 판의 축복 속에서 용기과 인내, 희생의 과제를 무사히 수행한 것에 대한 축하를 받는다.

그것이 오필리아가 자신의 죽음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인간세계를 떠나 요정의 세계로 다시 접어든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영화였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결과가 어찌됐든 판의 미로는 한 편의 동화였다. 그것이 비록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었을지라도..
이 영화에서 내가 또 다시 느낀 것이 있다면, 동화가 언제나 행복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

오필리아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메르세데스의 허밍이 귓가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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