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고양이 : 길 잃은 아기 고양이 마요나 (냥줍에 대해)
가끔 냥줍(고양이를 길에서 줍는 일)에 대한 글을 봅니다. 주의사항들을 보다 보면 깨끗한 아기 고양이는 주변에 어미가 있을 수 있으니 데려가지 마세요!라는 글이 많은데요. 밤이라면 그렇겠지만 오전이나 한낮에 소리 높여 우는 아기 고양이가 혼자 있다면, 어미가 데리러 오지 못하는 것일 수 있어요. 그런 경우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길 위에 홀로 살아가기에 너무 어린 경우가 많거든요.
마요나를 처음 만난 날
마요나를 처음 만났을 때 아주 말끔했어요. 어미가 거처를 이동하다 혼자 떨어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날은 아침부터 아기 고양이의 높은 울음소리가 들려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맞은편 집 2층 발코니에서 콩만 해 보이는 게 목청껏 울며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어요. 남의 집이기도 했고, 어미가 데려가겠지 하고 안 들리는 척해보았었죠. 저는 이미 여러 번의 임시보호와 입양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그 무게가 무거워 더 이상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어요.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계속 울음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집에 들어가려는데 맞은편 집에 사는 아저씨가 내내 울던 아기 고양이를 대문 앞에 내려놓으셨어요. 아마 그분도 어미 고양이를 기다렸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어린 게 2층 난간을 왔다 갔다 하니 내놓으면 어떻게든 살겠지 했을 거예요.
멀찍이 보일 땐 애써 못 본 척했는데, 차가 다니는 주택가 골목길에서 이 작은 고양이가 빽빽 울며 닫힌 차고 문 밑으로 머리를 계속 들이밀고 있는 걸 보니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어요. 입양이라도 보내야지 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선택이 잘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요나랑 서로에게 성을 낼 때도 많아서 자주 반성의 시간을 갖습니다. 어쨌든 마요나에게 지금의 삶이 행복하길 바라요.
냥줍은 신중히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다면 바로 구출하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아무도 없는 아기 고양이인 것 같이 보여도 함부로 만지지 말고 시간을 두고 조금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내가 책임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책임질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가족을 만나 입양을 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수없이 많아요. 만약의 만약까지 생각하고 움직여주세요.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배부르고 따뜻하고 평온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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